주인공 마고는 타일러가 한 턱 쏜다는 말에 생전 먹어본 적이 없는 고급 레스토랑 호손으로 향합니다.
디너 한 타임에 무려 180만 원, 초대 인원은 단 12명 외딴섬에 위치한 호손으로 가는 배에는 유명 음식 평론가 등 유명인 포함한 부유한 단골손님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섬에 도착하자 배는 바로 떠납니다. 어딘가 심상치 않은 지배인 엘사의 안내를 받고 이어서 어딘가 심상치 않은 셰프 슬로윅의 지휘 아래 폐쇄된 이 레스토랑에서 말도 안 되는 요리 그리고 끔찍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합니다.
목차
1. 각본과 감독
본 영화의 각본가인 윌트레이시는 신혼여행으로 노르웨이를 갔고 하루는 어떤 섬에 위치한 레스토랑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겪었던 경험을 자신의 친구이자 각본가인 세스 레이스에게 전달하며 본작에 공동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그 경험이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식당에 가기 위해서 아내와 함께 배에 올랐고 섬에 도착하자 배는 유유히 떠납니다. 그러자 내가 내 발로 이 섬에서 나갈 수는 없겠구나 4시간 동안 여기에 포로로 잡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셰프는 너무 말이 많았는데 그런 요소들이 너무 이상하고 강렬하게 다가와 이런 스릴러 장르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각본가 윌트레이시가 대본을 감독에게 건네줬고 감독은 세 가지 특징에 끌렸다고 하는데요. 첫 번째로 영화 이야기가 재밌었습니다. 두 번째로 감독은 코미디, 스릴러, 호러, 풍자의 혼합에 자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 자신은 고급 요리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래서 도전 정신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각본가는 식도락가이지만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음식을 먹는 측면에서 그냥 가볍게 먹는 주인공 마고와 공통점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감독은 마크 미로드인데요. 영화보다 드라마로 더 유명한 인물이고, 그중 감독의 최근작인 미국 HBO 드라마 석세션에서 윌 트레이시와 일찍부터 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2. 슬로윅 셰프
이 영화에서 슬로윅 셰프는 한때 기술을 마스터하는 경지에 오르지만 지금은 열정을 잃어버리고 약간은 미친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감독은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장편 영화를 만든 지는 10년이 넘었다며, 창작 활동에 있어서 애정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마고와 슬로윅은 서로 대립하지만, 한편으로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허영과는 거리를 두려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도 합니다. 이는 영화 속에서 슬로윅의 대사로도 언급이 되고요. 이러한 마고와 슬로윅의 공통점은 앞서 감독이 두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감독은 슬로윅역에 일찍이 점찍었던, 아니 그보다 먼저 연출자로서 항상 같이 일하고 싶었던 배우 레이프 파인스를 가장 먼저 캐스팅했습니다. 레이프 파인스가 수많은 작품에서 나올 때마다 표정 스펙트럼이 남달라서 좋았다고 합니다. 파인스는 영화 속 슬로윅이 단순한 영화 속 악당이 되길 원치 않았고 감독도 그 점에 동의했습니다. 파인스와 감독은 영화 속 슬로윅의 자아가 자신의 예술을 침식하고 길을 잃어 혐오에 사로잡힌 예술가 캐릭터를 원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렉터를 참고하기도 하였습니다.
3. 탄탈로스
극 중 슬로윅의 방이 나오는 장면에서 방에 걸린 과거 신물 스크랩을 보면 그가 과거 탄탈로스라는 식당에서 일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리디아의 왕인 탄탈로스는 저녁 식사에 신들을 초대하고, 신들의 지혜를 시험하고자 자신의 아들 펠롭스를 죽여서 만든 스튜를 이용해 신들을 속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알아챈 신들은 탄탈로스에게 일종의 저주를 내렸습니다. 항상 배고프지만 입에서 음식이 재로 변하며 항상 목마르지만 입에서 음료가 증발하는 것이었죠. 마치 요리를 대접하지만 손님들을 속이려 하고 이제는 저주를 받은 것과 다름없이 광기에 휩싸인 슬로윅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4. 영화 속 공간들
감독은 좁은 공간에서 갈등을 겪는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갈등이 심화되고 불꽃이 튀는 점을 좋아했고, 그런 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밀실 공포증과 드라마적 코미디를 모두 창조하기 위해서 영화 기충생 속 집이 갖고 있는 건축 자체에서 주는 무게감을 영화에 착안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더 메뉴에선 공간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이 보입니다. 예컨대 개방형 주방의 위협적인 요리사들이 있다는 점이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창문 뒤에는 바다와 자연만이 있고 게다가 해가 지면서 여기 있는 사람들의 탈출 가능성은 자연스레 줄어들게 됩니다. 슬로윅이 자연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점도 동시에 전달을 하고요. 이런 공간 디자인에 있어서 감독은 미술 감독 에단 톱먼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5. 음식
본작에선 음식 연출이 중요했고 그래서 미슐랭 3 스타 아뜰리에 크렌의 셰프인 도미니크렌에게 대본을 보냈습니다. 일찍이 넷플릭스 시리즈 셰프의 테이블에서 요리를 통한 스토리텔링으로 자신만의 철학을 보였기 때문에 본 작의 컨설턴트로서 매우 적격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도 이 영화의 대본을 좋아했으며 메뉴를 디자인하는 것을 위해 합류했습니다. 또한 셰프의 테이블을 연출한 데이비 겔브도 연출 컨설턴트로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푸드 스타일리스트 캔달 겐슬러를 섭외해 카메라와 조명에 어울릴 수 있는 최적의 요리 세팅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감독은 슬로윅의 요리에 그의 냉담함이 들어있기를 원했고, 그런 점이 반영된 듯한 차가운 톤이 인상적입니다. 게다가 캔달 겐슬러는 촬영에 쓰이는 음식 재료에 거의 낭비가 없도록 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아주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6. 의상
한정된 공간인 만큼 인물들의 의상은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번만 나오는 의상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본작의 의상 감독이자 감독의 아내인 에이미 웨스트콧은 과거 블랙스완에 참여를 한 적이 있는데요. 스릴러 장르의 작품에 참여한 경력이 있어서 더 메뉴에서도 일상과 스릴러를 잘 섞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는 먼저 미슐랭 리스트에 있는 식당들을 조사하면서 거기에 있는 셰프와 손님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영화의 의상 콘셉트들을 디자인했는데요.
대표적으로 이 슬로윅 셰프는 일반적인 셰프와는 조금 차별점을 두고 싶어서 몸에 핏한 의상에 화이트 컬러를 살려 뭔가 사제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마고의 의상은 연보라색 드레스드를 채택해 셰프와도 다르고 이곳에 포멀 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도 다르며 무엇보다 무채색 세트에서 돋보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붉은 그녀의 머릿결은 인상을 더 강조하기도 합니다.
7. 엘사
엘사를 연기한 홍차우는 자신의 캐릭터가 인격적인 따뜻함이 아닌 전문적인 따뜻함, 어쩌면 가식적이고 소름 끼치게 만드는 그 미묘한 지점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감독은 지배인인 엘사를 마치 정치 후보자의 캠페인 관리자처럼 간주했다고 합니다. 자기가 속한 집단이 함께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그 어떤 방해물도 없애려는 노력을 한다는 그 측면에서 말입니다. 영화 초반 엘사가 손님들을 안내해 식당 문 앞을 입장하기 전, 몇 마리의 염소가 그 대열에 따릅니다. 이는 마치 유다 염소 같은 소나 돼지 등 동물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갈 때 그들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하는 그 염소들을 표현해 냈습니다. 여기에 이 손님들이 슬로윅에 의해 죽으러 간다는 점을 참고하면 의도한 듯한 대목인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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